2026-09-27 · 7분 읽기
사진과 영상을 오래 모으다 보면 저장 장치가 하나둘 늘어납니다. 용량이 차서 산 외장하드, 가족이 함께 쓰려고 들인 NAS, 예전 노트북에서 떼어 낸 디스크까지. 그런데 대수가 늘어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여행 사진이 세 곳에 있는데 어느 쪽이 정리가 끝난 것인지 모르고, 한 곳에만 있는 사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원인은 장치가 아니라 역할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역할은 세 가지면 충분합니다
저장소가 몇 대이든 역할은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로 정하는 것이 관리하기 쉽습니다.
- 작업용 — 새로 들어온 자료를 받고, 고르고, 이름을 붙이는 곳입니다. 보통 PC 내장 디스크입니다. 여기의 자료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봅니다.
- 보관용 — 정리가 끝난 자료가 최종적으로 머무는 곳입니다. 가족이 함께 보는 NAS나 큰 외장하드가 맡습니다. 여기 있는 것이 기준본입니다.
- 백업용 — 보관용의 사본만 두는 곳입니다. 평소에는 연결하지 않고, 정해진 날에만 꺼내 복사합니다. 여기서 직접 작업하지 않습니다.
한 디스크가 두 역할을 겸하면 규칙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백업용 하드에서 사진을 몇 장 지우거나 이름을 바꾸면, 그 순간 그 하드는 백업이 아니라 또 하나의 작업 공간이 됩니다.
흐름은 한 방향으로만
역할을 정했다면 자료가 움직이는 방향도 고정합니다. 작업용 → 보관용 → 백업용, 이 순서로만 복사합니다. 거꾸로 가는 복사를 허용하면 어느 쪽이 최신인지 판단할 근거가 사라집니다.
자주 생기는 실수는 백업 하드에서 사진 몇 장을 꺼내 작업 폴더에 붙여 넣는 경우입니다. 급할 때는 편하지만, 이후 그 사진이 보관용에 다시 들어가면서 이름이 다른 중복이 생깁니다. 꺼내야 할 일이 있다면 보관용에서 꺼내십시오. 보관용이 기준본이기 때문입니다.
디스크마다 이름표를 붙입니다
역할은 머릿속에만 두면 몇 달 뒤 잊힙니다. 두 곳에 표시해 두시기를 권합니다.
- 드라이브 이름 — 윈도우에서 드라이브 이름을
보관_A,백업_B처럼 역할이 드러나게 바꿉니다. 연결하는 순간 탐색기에 역할이 보입니다. - 최상위의 안내 파일 — 디스크 맨 위에
이_디스크는.txt같은 짧은 메모를 둡니다. 역할, 마지막으로 복사한 날짜, 담긴 연도 범위를 두세 줄로 적습니다.
외장하드 겉면에 같은 이름을 적은 스티커를 붙여 두면 서랍 속에서도 헷갈리지 않습니다.
디스크별 목록을 남겨 두십시오
여러 대를 운용할 때 가장 든든한 도구는 의외로 단순한 파일 목록입니다. 복사를 마칠 때마다 그 디스크의 폴더 목록을 텍스트 파일로 저장해 보관용 디스크에 모아 둡니다. 윈도우 명령 프롬프트에서 해당 드라이브로 이동해 dir /s /b > 목록.txt를 실행하면 모든 파일의 경로가 한 파일에 담깁니다.
이 목록이 있으면 디스크를 연결하지 않고도 "2019년 제주 사진이 어느 하드에 있었지?"를 찾을 수 있고, 한 대가 고장 났을 때 무엇을 잃었는지도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오래된 디스크는 은퇴시킵니다
역할이 없는 디스크가 제일 위험합니다. 예전 노트북 하드처럼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는 장치는 다음 순서로 정리합니다.
- 연결해서 파일 목록을 먼저 저장합니다.
- 보관용과 비교해 그 디스크에만 있는 자료를 찾아 작업용으로 옮깁니다.
- 작업용에서 정리한 뒤 보관용으로 보냅니다(흐름 규칙 그대로).
- 비교가 끝난 디스크는 역할을 백업용으로 바꾸거나, 더 쓰지 않을 것이라면 은퇴시킵니다.
은퇴한 디스크를 바로 버리기보다 한동안 보관해 두었다가, 다음 백업 주기를 한 번 넘긴 뒤 처분하면 혹시 놓친 자료가 있어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복사 주기를 달력에 정해 둡니다
역할과 흐름을 정해도 복사하는 날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보관용과 백업용의 차이가 점점 벌어집니다. 예를 들어 작업용 → 보관용은 정리가 끝날 때마다, 보관용 → 백업용은 매달 첫 주말처럼 정해 두면 됩니다. 복사를 마친 날짜는 앞서 말한 안내 파일에 한 줄씩 덧붙입니다. 이렇게 하면 백업용 디스크를 꺼냈을 때 "이 디스크는 언제까지의 자료를 담고 있는가"를 바로 알 수 있고, 사고가 났을 때 잃은 기간도 그 날짜 이후로 한정됩니다.
반s 정리 프로그램(보아모아)은 작업용 디스크에서 날짜·키워드 기준으로 자료를 정돈하고, 중복을 찾아 알려 줍니다. 모든 작업은 미리보기 후 실행되며 되돌릴 수 있어, 보관용으로 보내기 전 단계를 맡기기에 알맞습니다.
